고기 잡내를 없애기 위해 넣는 맛술(미림), 풍미를 위해 붓는 와인, 생선 비린내를 잡는 소주. 요리 레시피에 ‘술’이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집이나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서는 숟가락을 들고 망설이게 됩니다. “이거 넣어도 괜찮을까? 혹시 알코올이 남아서 취하거나 건강에 해롭지는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알코올은 끓는점이 낮으니까 팔팔 끓이면 다 날아가서 0%가 될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요리 상식 중 가장 위험한 착각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미국 농무부(USDA)의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리법에 따른 충격적인 ‘알코올 잔존율’과 아이들 음식에 술을 넣을 때의 안전 가이드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알코올은 생각보다 끈질기다
알코올(에탄올)의 끓는점은 약 78℃입니다. 물의 끓는점인 100℃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물이 끓기 전에 알코올이 먼저 기체가 되어 다 날아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냄비 속에서는 ‘물’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물과 알코올은 서로를 너무나 좋아해서 강력하게 결합합니다(수소 결합). 이 둘이 섞이면 ‘공비 혼합물(Azeotrope)’을 형성하여, 알코올이 혼자 도망가지 못하게 물이 붙잡아두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즉, 아무리 끓여도 알코올은 물과 함께 증발할 뿐, 혼자서 100% 사라지지 않습니다.
2. 충격적인 데이터: 조리 시간별 알코올 잔존율
미국 농무부(USDA) 영양 데이터 연구소에서 발표한 조리 방법 및 시간에 따른 알코올 잔존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요리사가 이 표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 끓는 소스에 술을 넣고 바로 불을 껐을 때:
- 잔존율: 85% (거의 그대로 남음)
- 플람베 (불 붙이기):
- 잔존율: 75%
- 충격: 불쇼를 하면 알코올이 다 타버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순식간에 불이 꺼지기 때문에 알코올은 여전히 70% 이상 남아있습니다.
- 15분간 끓였을 때:
- 잔존율: 40%
- 주의: 찌개나 볶음 요리 대부분이 이 구간에 해당합니다. 술을 100ml 넣었다면 40ml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 1시간 끓였을 때:
- 잔존율: 25%
- 2시간 30분 이상 푹 끓였을 때:
- 잔존율: 5%
결론적으로, 갈비찜처럼 2시간 이상 푹 고아내는 요리가 아니라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무조건 알코올이 남아있습니다.
3. 아이들 음식, 맛술 넣어도 될까?
데이터만 보면 “절대 넣으면 안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농도(%)’가 아니라 ‘절대적인 섭취량(g)’입니다.
잔존율이 40%라고 해도, 애초에 넣은 술의 양이 적다면 실제 섭취하는 알코올양은 극미량이기 때문입니다.
[안심해도 되는 경우]
- 레시피: 4인분 제육볶음에 맛술 2큰술(약 30ml)을 넣고 15분 볶음.
- 계산: 알코올 도수 14%인 맛술 30ml에 포함된 순수 알코올은 4.2g. 조리 후 40%가 남는다면 약 1.68g. 이것을 4명이 나눠 먹으므로 1인당 섭취량은 0.4g 수준.
- 비교: 잘 익은 김치나 과일 주스, 빵 한 조각에도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0.1~0.5g 정도의 알코올이 들어있습니다. 즉, 조미료 수준으로 한두 스푼 넣는 것은 아이들이나 임산부가 먹어도 생리적으로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주의해야 하는 경우]
- 와인 소스/맥주 수육: 물 대신 와인이나 맥주를 콸콸 붓고 만드는 요리는 주의해야 합니다. 1시간을 끓여도 25%가 남기 때문에, 섭취하는 알코올양이 맥주 반 캔 수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요리는 아이들에게 권장하지 않습니다.
- 조리 직전 첨가: 요리 마지막에 향을 낸다고 술을 붓고 바로 불을 끄면 85%가 남습니다. 아이들 음식에는 절대 금물입니다.
4. 알코올 냄새 확실하게 날리는 팁
그래도 찜찜함을 덜고 잡내 제거 효과를 높이려면 이렇게 하세요.
- 초반에 넣어라: 맛술이나 소주는 요리 시작 단계에 넣어야 끓는 시간(조리 시간)이 길어져 알코올이 더 많이 날아갑니다.
- 뚜껑을 열어라: 뚜껑을 닫고 끓이면 증발한 알코올이 냄비 뚜껑에 맺혀 다시 국물 속으로 떨어집니다(환류 현상). 잡내를 잡을 때는 반드시 뚜껑을 열고 센 불에서 바글바글 끓여야 알코올과 함께 나쁜 냄새가 휘발됩니다.
- 넓은 팬을 써라: 증발 면적이 넓을수록 알코올이 잘 날아갑니다. 깊은 냄비보다 넓은 프라이팬이나 웍이 유리합니다.
요약
- 진실: 요리술은 끓여도 100% 날아가지 않는다. (15분 조리 시 40% 잔존)
- 안전: 하지만 조미료로 쓰는 소량(1~2큰술)은 남은 양이 극미량이므로 아이들이 먹어도 안전하다.
- 주의: 술을 들이붓는 요리나, 불 끄기 직전에 넣는 술은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요리술은 적절히 쓰면 음식의 격을 높여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막연한 공포 대신, ‘양’과 ‘시간’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