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물에 씻으면 맛이 달아날까? (흡수율 실험과 진실)

요리 프로를 보다 보면 유명 셰프들이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버섯은 절대 물에 씻지 마세요.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여서 맛과 향이 밍밍해집니다. 그냥 젖은 행주나 솔로 흙만 털어내세요.”

이 말을 들은 뒤로 찜찜함을 무릅쓰고 버섯에 묻은 검은 흙을 대충 털어내기만 하고 요리하셨나요? 아니면 “에이, 그래도 흙이랑 먼지를 어떻게 먹어?” 하고 물에 씻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셨나요?

오늘은 요리계의 오랜 논쟁인 ‘버섯 세척’에 대한 진실을 과학적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드립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씻으셔도 됩니다. 단, 방법이 중요합니다.”


1. ‘버섯 스펀지 설’의 진실: 얼마나 흡수할까?

사람들이 버섯 씻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버섯의 구조가 다공성(구멍이 많은)이라 물을 닿는 족족 빨아들일 것이라는 공포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요리 과학 연구소(Serious Eats 등)에서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을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무게 변화를 측정한 것입니다.

[실험 결과]

  • 방법: 버섯을 흐르는 물에 씻고, 물속에 잠시 담갔다가 꺼낸 뒤 무게 측정.
  • 결과: 무게가 약 1~3% 정도만 증가했습니다.
    • (예: 200g 버섯을 씻으면 물을 4~6g 정도 머금음)

생각보다 훨씬 적은 양입니다. 버섯은 이미 자체 수분 함량이 80~90%에 달합니다. 이미 물로 꽉 차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잠깐 씻는다고 해서 스펀지처럼 엄청난 양의 물을 추가로 흡수할 공간이 없습니다.

즉, “물에 씻으면 맛이 싱거워진다”는 말은 과장된 것입니다. 씻어서 추가된 3%의 물 때문에 요리 맛이 변할 정도는 아닙니다.

2. 진짜 문제는 ‘흡수’가 아니라 ‘표면 수분’

그렇다면 왜 셰프들은 씻지 말라고 할까요? 그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문제는 버섯 내부로 흡수되는 물이 아니라, ‘버섯 겉에 묻은 물’입니다.

버섯을 볶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열에서 빠르게 볶아내어 갈색으로 변하게 하는 ‘마이야르 반응’입니다. 그래야 버섯 특유의 감칠맛과 고기 같은 식감이 살아납니다.

그런데 버섯 표면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1. 팬의 열기가 버섯을 굽는 데 쓰이지 않고, 표면의 물을 증발시키는 데 낭비됩니다.
  2. 팬의 온도가 내려가고, 버섯이 ‘구워지는’ 게 아니라 물에 ‘삶아지는(Steaming)’ 상태가 됩니다.
  3. 결과적으로 눅눅하고 흐물흐물한 버섯 요리가 나옵니다.

즉, 씻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씻고 나서 물기를 닦지 않고 바로 팬에 넣는 것’이 문제입니다.


3. 위생: 털어내기 vs 씻기

마트에서 파는 버섯은 대부분 톱밥 배지나 퇴비 위에서 자랍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다고 해도 유통 과정에서 먼지가 묻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재배 과정에서 사용된 배지(거름) 가루가 묻어있을 수 있습니다.

솔로 털거나 젖은 행주로 닦는 것만으로는 주름 사이에 낀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위생을 생각한다면 흐르는 물에 빠르게 씻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실제 위생에도 훨씬 좋습니다.


4. 맛과 위생을 모두 잡는 ‘올바른 세척법’

이제 죄책감 없이 버섯을 씻으세요. 단, 다음 3가지 원칙만 지키면 셰프가 만든 것처럼 맛있는 버섯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원칙 1. 요리 직전에 씻어라 (미리 씻기 금지)

버섯을 씻어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수분이 닿은 곳부터 금방 갈변하고 상하기 시작합니다. 반드시 칼질하기 직전, 요리 바로 전에 씻어야 합니다.

원칙 2. ‘담그지 말고’ 흐르는 물에 ‘샤워’

물을 받아놓고 버섯을 오래 담가두면 그때는 진짜로 물을 많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체에 밭쳐 흐르는 물에 가볍게 샤워시키듯 먼지만 씻어냅니다.

원칙 3. 키친타월로 닦아라 (핵심)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씻은 뒤에는 키친타월로 표면의 물기를 꼼꼼하게 닦아주세요.

  • 통으로 씻기: 썰어놓고 씻으면 단면적이 넓어져 물을 더 많이 먹습니다. 통째로 씻고 물기를 닦은 뒤에 써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약

  1. 진실: 버섯을 물에 씻어도 물을 별로 안 먹는다. (맛에 지장 없음)
  2. 오해: 씻어서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물기를 안 닦고 구워서 맛이 없는 것이다.
  3. 해결: 흐르는 물에 빨리 씻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은 뒤 요리해라.

이제 흙 씹을 걱정 없이, 깨끗하고 맛있는 버섯 요리를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