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캔 햄, 캔째로 보관하면 독이 된다? (퓨란과 부식)

자취생의 영원한 친구 스팸, 참치, 옥수수 통조림. 요리하다 보면 애매하게 반 정도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귀찮다는 이유로 남은 햄이 담긴 캔 입구만 대충 랩으로 씌우거나, 전용 플라스틱 뚜껑(노란 뚜껑)을 덮어서 그대로 냉장고에 넣으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냉장고를 열어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그것은 음식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중금속과 발암 물질을 배양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통조림 캔은 밀봉되었을 때는 완벽한 보존 용기지만, 뚜껑을 따는 순간 최악의 보관 용기로 돌변합니다. 오늘은 개봉한 통조림을 절대 캔째로 보관하면 안 되는 과학적 이유 2가지와, 발암 물질인 ‘퓨란’을 날려 보내는 안전한 섭취법을 알려드립니다.


1. 첫 번째 위험: 캔의 부식 (주석 용출)

통조림 캔의 내부는 음식이 금속에 직접 닿지 않도록 특수 코팅(에폭시 수지 등)이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유통기한 내에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뚜껑을 따는 순간(개봉)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1. 산소와의 만남: 진공 상태였던 캔 내부에 산소가 밀려 들어옵니다.
  2. 미세한 손상: 캔을 딸 때 뚜껑과 몸통이 분리되면서, 절단면의 코팅이 벗겨지고 금속(철, 주석)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3. 부식 시작: 노출된 금속이 음식물의 염분(소금기)이나 산성(토마토소스, 과일), 그리고 산소와 반응하여 빠르게 녹슬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캔의 주성분인 ‘주석(Tin, Sn)’이 음식물로 녹아 나올 수 있습니다. 주석은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은 아니지만, 다량 섭취 시 위장 장애를 일으키거나 소화 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랩을 씌워도 캔 내부의 산소 반응은 막을 수 없으므로, 하루 이틀만 지나도 음식 맛이 비릿하게 변질됩니다.

2. 두 번째 위험: 퓨란 (잠재적 발암 물질)

통조림 햄이나 캔 음료를 제조할 때는 멸균을 위해 고온 가열 처리를 합니다. 이때 탄수화물과 아미노산이 열 반응을 일으켜 ‘퓨란(Furan)’이라는 물질이 자연적으로 생성됩니다.

퓨란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 물질(2B군)’로 분류한 성분입니다.

“그럼 통조림을 먹으면 암에 걸리나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퓨란은 휘발성이 매우 강해서 공기 중으로 금방 날아가 버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먹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캔을 따자마자 바로 밥에 비벼 먹거나, 따자마자 찌개에 넣고 뚜껑을 닫아버리면 퓨란이 날아갈 틈 없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3. 안전하게 먹고 보관하는 법 (행동 수칙)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조금의 부지런함만 있으면 됩니다.

(1) 남은 음식은 무조건 ‘밀폐 용기’로 이동

캔 뚜껑을 따는 순간, 그 캔은 쓰레기입니다. 남은 햄, 참치, 옥수수는 반드시 유리나 플라스틱 밀폐 용기에 덜어서 옮겨 담아야 합니다.

  • 참고: 캔 햄 위에 덮여있는 노란 플라스틱 뚜껑은 밀폐용이 아니라, 유통 과정 중 충격 완화용입니다. 그걸 덮어서 냉장고에 넣는 것은 아무런 밀폐 효과가 없습니다.

(2) 개봉 후 ’10분의 법칙’ (퓨란 제거)

통조림을 땄다면 바로 조리하지 말고 5분에서 10분 정도 그대로 두세요. 이 짧은 시간 동안 캔 속에 갇혀 있던 퓨란 가스가 공기 중으로 대부분 증발합니다. 다른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캔을 미리 따두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3) 끓는 물에 데치기 (첨가물 제거)

가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햄이나 소시지를 요리하기 전에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잔류 퓨란은 물론이고 아질산나트륨 같은 식품 첨가물과 과도한 염분, 기름기까지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요약

  1. 먹다 남은 통조림: 캔째로 냉장고 보관 금지! 반드시 따로 덜어서 보관.
  2. 새 통조림 먹을 때: 뚜껑 따고 10분 기다렸다가 조리하기. (발암 물질 증발)

“귀찮아서 그냥 랩 씌워 뒀는데…” 그 작은 귀찮음이 캔 속의 금속 맛을 햄에 배게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오늘부터는 캔을 따는 즉시 내용물과 캔을 영원히 이별시켜 주세요. 그것이 맛과 건강을 모두 잡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