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는 죄가 없다? ‘화학 조미료’에 대한 억울한 오해와 진실

“식당 음식 먹고 나면 목이 마르고 머리가 아파. 역시 조미료를 많이 썼나 봐.”

우리는 외식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갈증이 날 때면 습관적으로 ‘MSG(미원)’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마트에서도 ‘MSG 무첨가’라고 적힌 제품이 건강한 식품의 대명사처럼 팔리고, 어머니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하얀 가루를 주방에서 추방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식품 과학계와 의학계는 꾸준히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MSG는 안전하다.”

심지어 MSG가 오히려 저염식을 돕는 건강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MSG의 정체와, ‘중국집 증후군’이라는 오해가 시작된 배경, 그리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안전성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1. MSG의 정체: 석유로 만든다? NO, 사탕수수 발효!

가장 큰 오해는 MSG가 공장에서 화학 물질을 합성해 만든, 자연에는 없는 물질이라는 생각입니다.

MSG의 정식 명칭은 **L-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입니다.

  • 글루탐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다시마, 토마토, 치즈, 소고기, 모유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감칠맛 성분입니다.
  • 나트륨: 물에 잘 녹도록 붙인 미네랄입니다.

즉, 다시마를 팔팔 끓여서 얻은 감칠맛 엑기스를 가루로 만든 것이 바로 MSG입니다.

과거에는 제조법 때문에 오해를 샀지만,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MSG는 **사탕수수(원당)**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듭니다. 김치나 요거트, 된장을 만드는 발효 과정과 원리가 똑같습니다. 즉, 화학적 합성품이라기보다는 **’발효 조미료’**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chemical structure of glutamate vs MSG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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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몸은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도 천연 다시마 국물과 공장 MSG는 다르지 않을까?”

놀랍게도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서는 이 둘을 전혀 구별하지 못합니다. 토마토에 들어있는 글루탐산과 MSG 가루의 글루탐산은 화학 구조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위장에 들어가면 둘 다 똑같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되고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배출됩니다. “천연은 좋고 MSG는 나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주장입니다.


3. ‘중국집 증후군’의 진실: 50년 된 헛소문

MSG가 두통, 메스꺼움, 갈증을 유발한다는 믿음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1968년, 미국의 한 의사가 의학 학술지(NEJM)에 편지를 한 통 보냅니다. “중국 음식을 먹고 나면 목 뒤가 뻐근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음식점 증후군(CRS)’**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MSG는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십 년간 진행된 수많은 이중맹검 실험(진짜 약과 가짜 약을 모르게 먹이는 실험)에서, MSG와 두통 사이의 인과관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식당 밥을 먹으면 목이 마를까요? 범인은 MSG가 아니라 **’과도한 나트륨(소금)’**과 ‘기름기’, 그리고 **’과식’**일 확률이 높습니다. MSG 탓을 하며 안심하는 동안, 우리는 진짜 범인인 짠 음식과 과식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미국 FDA(식품의약국), WHO(세계보건기구), 그리고 한국 식약처까지 전 세계의 식품 규제 기관은 MSG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 첨가물(GRAS 등급)’**로 분류하고 섭취량 제한조차 두지 않고 있습니다.


4. MSG의 반전 매력: 소금 섭취를 줄여준다

오히려 현대 의학은 MSG를 ‘저염식의 구원투수’로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소금(염화나트륨)은 고혈압의 주범입니다. 그런데 소금을 줄이면 맛이 없어서 저염식을 지속하기가 힘듭니다. 이때 MSG를 사용하면 소금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나트륨 함량: MSG의 나트륨 함량은 소금의 약 1/3 수준입니다.
  • 감칠맛의 효과: MSG의 감칠맛은 짠맛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소금 양을 30% 정도 줄이고 소량의 MSG를 넣으면, 전체적인 나트륨 섭취량은 줄이면서도 맛은 똑같이(혹은 더 좋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병원에서 고혈압 환자의 저염 식단에 MSG 활용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5. MSG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

MSG는 독약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맛의 균형을 위해 이렇게 사용하세요.

  1. 소금 간을 하기 전에 넣으세요: MSG에도 나트륨이 들어있으므로, MSG를 먼저 조금 넣고 맛을 본 뒤에 부족한 간을 소금으로 맞춰야 나트륨 과다 섭취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적정량은 ‘한 꼬집’: MSG의 감칠맛은 아주 강력합니다. 4인 가족 국물 요리에 티스푼 반 개 정도만 넣어도 충분합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맛이 느끼해지고 혀가 아릴 수 있습니다.
  3. 신선한 재료와 함께: 상한 재료의 맛을 감추기 위해 MSG를 쓰는 것은 최악입니다.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되, 2% 부족한 맛을 채우는 ‘킥’으로 사용할 때 가장 빛을 발합니다.

결론

MSG에 씌워진 ‘화학 조미료’라는 주홍글씨는 이제 지워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탕수수가 발효된 감칠맛 가루일 뿐입니다.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맛없는 저염식을 억지로 참거나, 비싼 천연 조미료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마를 우려낼 시간이 없을 때, 찌개 맛이 뭔가 허전할 때, 죄책감 없이 MSG 한 꼬집을 넣어보세요.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과학이 선물한 맛의 마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