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틴 vs 한천, 젤리 식감이 다른 이유 (동물성과 식물성의 차이)

탱글탱글한 푸딩, 쫄깃한 젤리, 그리고 묵직한 양갱. 이 디저트들의 공통점은 액체를 고체로 굳히는 응고제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푸딩을 만들 때 레시피에 적힌 젤라틴 대신 집에 있는 한천 가루를 넣었다가, 찰랑거리는 푸딩이 아닌 뚝뚝 끊어지는 묵 같은 결과물을 얻고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양갱을 만드는데 젤라틴을 넣으면 모양이 잡히지 않고 흐물거려 실패하게 됩니다.

젤라틴과 한천은 액체를 굳힌다는 목적은 같지만, 그 원료와 성질이 완전히 다른 물질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히 동물성과 식물성의 차이를 넘어,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과 녹는 온도를 결정짓는 과학적 차이입니다.

오늘은 베이킹과 디저트의 필수품인 두 응고제의 결정적인 차이와 용도별 올바른 선택법을 알아봅니다.

1. 원료의 차이: 단백질 vs 식이섬유

두 재료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출신 성분입니다.

젤라틴 (Gelatin) 동물성 재료입니다. 소나 돼지의 가죽, 뼈 등에 포함된 콜라겐을 뜨거운 물로 추출하여 정제한 것입니다. 즉, 젤라틴의 본질은 단백질입니다.

한천 (Agar) 식물성 재료입니다.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해조류)를 끓여서 추출한 뒤 동결 건조한 것입니다. 한천의 본질은 탄수화물(식이섬유)입니다.

이 원료의 차이가 식감과 녹는점의 차이를 만듭니다.

2. 식감의 차이: 녹는 것 vs 부서지는 것

가장 직관적인 차이는 입안에 넣었을 때의 느낌입니다.

젤라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 (Melting) 젤라틴으로 굳힌 젤리는 탄력이 있고 찰랑거립니다(Elastic). 숟가락으로 치면 탱글탱글하게 흔들립니다. 입안에 넣으면 체온에 반응하여 액체로 변하며 부드럽게 녹아 없어집니다. 판나코타나 무스 케이크의 부드러움은 젤라틴 덕분입니다.

한천: 뚝뚝 끊어지고 부서지는 식감 (Brittle) 한천으로 굳힌 젤리는 탄력이 적고 단단합니다. 숟가락으로 누르면 탱글거리는 대신 툭 하고 갈라지거나 부서집니다. 입안에 넣었을 때 녹지 않고 씹어야 으깨지며, 묵이나 양갱처럼 묵직하고 정갈한 식감을 줍니다.

3. 녹는점의 과학: 체온과 젤라틴의 비밀

왜 젤라틴은 녹고 한천은 녹지 않을까요? 바로 녹는점(Melting Point)의 차이 때문입니다.

젤라틴의 녹는점: 약 25~40도 젤라틴의 녹는점은 사람의 체온(36.5도)과 비슷합니다. 이것이 젤라틴 디저트가 고급스러운 이유입니다. 입에 넣는 순간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면서, 가두고 있던 향과 맛을 폭발적으로 방출합니다. 반면 여름철 실온에 두면 다 녹아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천의 녹는점: 약 85~95도 한천은 펄펄 끓는 물 정도는 되어야 녹습니다. 따라서 입안에서는 절대 녹지 않으며, 한여름 실온에 두어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단단하게 유지됩니다. 선물용 양갱이나 상온 진열 디저트에 한천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4. 사용법의 주의사항 (온도 관리)

성질이 다른 만큼 다루는 방법도 정반대입니다. 이를 어기면 젤리는 굳지 않습니다.

젤라틴: 끓이면 안 된다 젤라틴은 판 젤라틴이든 가루 젤라틴이든 찬물에 불린 후(블루밍), 따뜻한 물(50~60도)에 녹여야 합니다. 만약 젤라틴을 넣고 팔팔 끓이면 단백질 구조가 파괴되어 응고력을 잃어버립니다. 젤리가 굳지 않는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또한 파인애플, 키위 같은 과일(단백질 분해 효소)과 섞으면 굳지 않으므로 과일을 익혀서 넣어야 합니다.

한천: 반드시 끓여야 한다 한천은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에는 녹지 않습니다. 반드시 물에 넣고 불 위에 올려 1~2분 이상 바글바글 끓여야 한천 성분이 완전히 용해되어 굳는 힘이 생깁니다. 덜 끓이면 굳지 않고 가루가 씹힙니다.

요약: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레시피를 대체하고 싶거나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 때 다음 기준을 따르세요.

입안에서 녹는 부드러움, 찰랑거리는 탄력, 냉장 보관 디저트 선택: 젤라틴 추천 메뉴: 푸딩, 판나코타, 무스 케이크, 젤리(구미베어)

씹는 식감, 단단한 모양 유지, 실온 보관 디저트 선택: 한천 추천 메뉴: 양갱, 묵, 물방울 떡(미즈 신겐 모찌), 비건 젤리

젤라틴과 한천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이 확실한 파트너입니다. 만들고자 하는 디저트가 입안에서 녹아야 하는지, 씹혀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한다면 실패 없이 원하는 식감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