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튀김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난관이 있습니다. 갓 튀겨냈을 때는 바삭해 보였는데, 식탁에 올리자마자 금세 눅눅해져서 흐물거리는 튀김을 보며 실망했던 경험입니다. 반면 전문점의 치킨이나 탕수육은 식어도 바삭함이 유지되고, 씹을 때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이 차이는 튀김옷의 비법이 아닌, 조리 방식의 차이에서 옵니다. 바로 두 번 튀기는 기술입니다.
많은 사람이 두 번 튀기는 것을 단순히 덜 익었을까 봐 확인 사살하는 과정이나, 대량 조리를 위한 편의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번 튀기기는 수분과 기름의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하여 극강의 바삭함을 얻어내기 위한 지극히 과학적인 조리법입니다.
오늘은 튀김이 눅눅해지는 원인과, 두 번 튀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분의 이동 원리를 통해 식어도 바삭한 튀김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튀김의 본질: 수분 제거와 기름의 교체
과학적으로 볼 때 튀김은 탈수(Dehydration) 과정입니다. 뜨거운 기름 속에 식재료를 넣으면 재료 속의 수분이 끓어 수증기가 되어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를 기름이 채우거나 튀김옷이 단단해지며 구조를 형성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바삭함은 수분이 완벽하게 제거된 튀김옷의 다공성 구조에서 나옵니다. 즉, 수분이 남아있으면 튀김은 절대 바삭해질 수 없습니다.
한 번만 튀겼을 때 튀김이 눅눅해지는 이유는 내부에 남아있던 수분 때문입니다. 겉은 바삭하게 튀겨졌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 중심부에 남아있던 수분이 바깥쪽으로 이동하여(확산), 바삭했던 튀김옷을 다시 적셔버리기 때문입니다.
1차 튀김: 속 익히기와 수분 배출의 길 만들기
첫 번째 튀김의 목적은 바삭함이 아니라 재료를 익히고 수분을 빼내는 것입니다.
비교적 낮은 온도(약 150~160도)에서 조금 길게 튀겨줍니다.
이 온도에서는 겉면이 급격하게 타지 않으면서 열이 재료 깊숙이 전달됩니다. 재료 속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튀김옷에 미세한 구멍(통로)들을 만듭니다. 이때는 색이 노릇하지 않고 희끄무레하며, 젓가락으로 집어보면 튀김옷이 약간 물렁한 상태입니다. 속은 거의 다 익었지만, 아직 바삭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레스팅(Resting): 수분의 재배치
1차 튀김 후 재료를 건져내어 잠시 식히는 이 과정이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기름 밖으로 나온 튀김은 표면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때 재료 내부에 갇혀있던 잔여 수분이 1차 튀김 때 만들어진 통로를 타고 튀김옷 표면 쪽으로 스며 나옵니다.
갓 건졌을 때는 건조해 보였던 튀김이, 잠시 두면 표면이 축축해지고 눅눅해지는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부에 숨어있던 수분이 2차 튀김에서 제거되기 위해 겉으로 나온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2차 튀김: 수분 날리기와 색 입히기 (골든 브라운)
이제 표면으로 올라온 수분을 쫓아내고 바삭함을 완성할 차례입니다.
1차 튀김보다 높은 온도(약 170~180도)의 기름에 튀김을 다시 넣습니다.
높은 온도의 기름은 표면에 나와 있던 수분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립니다. 이미 속은 익은 상태이므로 오래 튀길 필요가 없습니다. 1~2분 내의 짧은 시간 동안 수분을 날리고,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먹음직스러운 황금빛(Golden Brown) 색을 입힙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튀김옷의 수분 함량은 거의 0에 수렴하게 되고, 매우 단단하고 바삭한 구조가 완성됩니다. 내부의 수분은 이미 1차 튀김과 레스팅을 통해 대부분 표면으로 이동했거나 제거되었으므로, 시간이 지나도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분이 거의 없어 오랫동안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왜 한 번에 튀기면 안 될까?
물론 한 번에 튀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기 쉽습니다.
높은 온도로 한 번에 튀기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습니다. 낮은 온도로 오래 튀기면: 속은 익지만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 튀김옷이 기름을 과도하게 흡수합니다. 결과적으로 바삭하지 않고 기름에 젖은 느끼한 튀김이 됩니다.
바삭한 튀김을 위한 핵심 요약
집에서 튀김을 할 때 이 3단계 공식을 기억하세요.
- 저온(160도)에서 속까지 익힌다. (1차 튀김)
- 건져내어 수분이 껍질로 배어 나오도록 3~5분간 둔다. (레스팅)
- 고온(180도)에서 짧고 강하게 튀겨 수분을 날리고 색을 낸다. (2차 튀김)
이 원리만 지킨다면, 가정집 주방에서도 전문점 부럽지 않은, 소리까지 맛있는 튀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번거로워 보이는 두 번의 과정은 사실 가장 완벽한 튀김을 위한 필수 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