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버터 고르는 법: 무염 버터 vs 가염 버터, 베이킹엔 어떤 것을?

베이킹 레시피를 따라 재료를 준비하다 보면, 거의 모든 레시피가 한목소리로 ‘무염 버터(Unsalted Butter)’를 요구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트 냉장 코너에는 ‘가염 버터(Salted Butter)’와 ‘무염 버터’가 나란히 놓여있는데, 이 둘은 정말 큰 차이가 있을까요?

풍미 좋은 빵 한 조각에 발라 먹는 버터라면 짭조름한 가염 버터가 훌륭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밀가루, 설탕과 섞여 과학적인 반응을 거쳐야 하는 ‘베이킹’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버터의 선택은 쿠키의 식감과 케이크의 풍미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오늘은 왜 베이킹에 무염 버터가 필수적인지, 그 과학적인 이유와 함께 ‘좋은 버터’를 고르는 기준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무염 버터 vs. 가염 버터: 결정적인 차이 ‘소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버터의 유일한 차이는 ‘소금(염분)’의 유무입니다.

  • 무염 버터 (Unsalted Butter): 소금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우유 지방(유크림)으로 만든 버터입니다.
  • 가염 버터 (Salted Butter): 버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풍미를 더하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소금을 첨가한 버터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가염 버터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조사마다, 브랜드마다 염분의 함량이 제각각입니다.

2. 왜 모든 레시피는 ‘무염 버터’를 고집할까?

베이킹이 정확한 계량을 요구하는 ‘과학’이라면, ‘정확한 양을 알 수 없는 소금’은 이 과학 공식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레시피가 무염 버터를 고집하는 데는 3가지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1: 소금 양의 ‘완벽한 통제권’

베이킹 레시피에는 이미 ‘소금 1/4 티스푼’처럼 정확한 양의 소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금은 단순히 짠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설탕의 단맛을 끌어올리고 재료의 풍미를 조화롭게 만드는 ‘맛의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 레시피에 ‘얼마나 짠지 모르는’ 가염 버터를 사용한다면, 베이커는 자신이 넣는 총 소금의 양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결과물은 의도치 않게 너무 짜거나, 재료 간의 맛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무염 버터를 사용하는 것은 소금의 통제권을 레시피와 베이커에게 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이유 2: 소금의 ‘화학적 역할’ 방해

베이킹에서 소금은 맛 외에도 중요한 화학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 글루텐 조절: 소금은 빵 반죽의 글루텐 구조를 강화하고 탄력을 조절합니다.
  • 효모(이스트) 제어: 소금은 효모의 발효 속도를 늦춰, 빵이 너무 과하게 부푸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발효를 돕습니다.

이처럼 민감한 역할을 하는 소금의 양이 가염 버터 때문에 멋대로 추가된다면, 빵의 발효가 덜 되거나 케이크의 글루텐이 과하게 발달해 식감이 질겨지는 등, 레시피가 의도한 결과물과는 전혀 다른 빵과 과자가 나오게 됩니다.

이유 3: ‘신선도’의 차이

소금은 천연 ‘방부제’입니다. 가염 버터는 소금 덕분에 무염 버터보다 유통기한이 더 깁니다. 반대로 말하면, 무염 버터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빠른 재고 순환을 거치며, ‘더 신선한’ 상태로 판매될 확률이 높습니다. 베이킹에서는 재료 본연의 신선한 풍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전문 베이커가 무염 버터를 선호합니다.

3. 만약 ‘가염 버터’밖에 없다면? (대처 방법)

가장 좋은 것은 레시피를 위해 무염 버터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가염 버터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 해결책: 일반적인 가염 버터는 100g당 약 1.5g~2g의 소금을 함유합니다. 이는 대략 ‘버터 1/2컵(약 113g)당 소금 1/4 티스푼’과 비슷합니다.
  • 레시피 조정: 만약 가염 버터를 사용해야 한다면, 레시피에 적힌 ‘소금’의 양을 이 비율만큼(혹은 전부) 빼고 만들어야 합니다.
  • 주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근사치일 뿐, 버터 브랜드마다 염도가 달라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4. ‘좋은 버터’를 고르는 추가 기준

무염과 가염을 구분했다면, 이제 ‘질 좋은’ 버터를 고르는 기준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기준 1: 유지방 함량 (82%의 비밀)

버터의 풍미는 ‘유지방’에서 나옵니다.

  • 일반 버터: 국내 시판 버터는 대부분 유지방 함량이 80% 정도입니다.
  • 유럽형 버터 (고지방 버터):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산 버터 중에는 유지방 함량이 82% 이상인 제품이 많습니다.
  • 차이점: 유지방이 2% 높다는 것은 수분 함량이 2% 낮다는 뜻입니다.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풍미가 훨씬 진하고, 페이스트리(크루아상, 파이 등)를 만들 때 더 바삭하고 선명한 ‘결’을 만들어 줍니다.

기준 2: 발효 버터 (Cultured Butter)

버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 감성 버터 (Sweet Cream Butter): 일반적인 버터입니다. 살균한 우유 크림으로 바로 만들어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 발효 버터 (Cultured Butter): 크림을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후 버터로 만든 것입니다. 일반 버터보다 산미가 살짝 돌고, 치즈와 요거트의 중간쯤 되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깊은 풍미를 냅니다. 스콘이나 파운드케이크, 혹은 구움과자에 사용하면 풍미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기준 3: 천연 버터 vs. 가공 버터

성분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 천연 버터 (버터): ‘유크림 100%’ 또는 ‘유크림 80% 이상’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 가공 버터 (Processed Butter): 버터에 식물성 유지를 섞어 원가를 낮춘 제품입니다. ‘가공버터’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 마가린: 식물성 유지를 고체로 굳힌 것입니다.

베이킹에서 ‘버터’라고 함은 반드시 ‘천연 버터’를 의미합니다. 가공 버터나 마가린은 수분 함량과 녹는점이 완전히 달라 레시피의 식감을 망가뜨립니다.


요약하자면, 베이킹의 성공적인 첫걸음은 ‘무염 버터’를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는 베이커에게 레시피의 맛과 화학 반응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한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염 버터는 빵에 발라 먹는 용도로 양보하고, 여러분의 소중한 베이킹을 위해서는 ‘무염’인지 확인한 뒤, 나아가 유지방 함량과 ‘발효’ 여부까지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를 하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