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사워도우 스타터 만들기: 7일간의 상세 일지 및 관리 노하우

사워도우 빵 만들기는 홈베이킹의 ‘끝판왕’ 중 하나로 불립니다. 그 독특한 산미와 깊은 풍미, 쫄깃한 식감은 상업용 이스트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마법의 시작점에는 ‘사워도우 스타터(Sourdough Starter)’ 혹은 ‘르방(Levain)’이라 불리는 천연 발효종이 있습니다.

스타터는 단순히 재료가 아니라, 밀가루와 물속에 존재하는 야생 효모(Yeast)와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을 배양한 ‘살아있는 배양균’입니다.

많은 분이 이 스타터 만들기를 신비롭고 어려운 과정이라 생각하고 지레 포기합니다. 하지만 스타터 만들기는 마법이 아니라, 매일 조금의 관심과 먹이(밀가루와 물)를 주며 미생물을 ‘키우는’ 과학적인 농사와도 같습니다.

오늘은 이 신비로운 과정을 7일간의 상세한 일지 형태로 풀어내어, 누구나 자신만의 활발한 스타터를 만들 수 있도록 실패 없는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시작하기 전 준비물

    1. 저울: 스타터 만들기의 성공은 1g 단위의 정확한 비율에 달려있습니다. 전자저울은 필수입니다. (6번 글 참고)
    1. 용기: 속이 보이는 투명한 유리병(Jar)이 좋습니다. 미생물도 숨을 쉬어야 하므로, 뚜껑은 완전히 밀폐하지 않고 살짝 얹어두거나, 천으로 덮고 고무줄로 고정합니다.
    1. 밀가루: 처음에는 야생 효모가 풍부한 통밀가루(Whole Wheat)나 호밀가루(Rye)로 시작하는 것이 성공률이 높습니다. 이후에는 빵에 사용할 밀가루(강력분 또는 중력분)로 먹이를 줍니다.
    1. 물: 염소(Chlorine) 성분이 효모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수돗물보다는 정수된 물이나, 하루쯤 받아두어 염소가 날아간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온도: 스타터는 따뜻한 환경(24°C ~ 28°C)을 좋아합니다. 실내가 너무 춥다면(20°C 이하) 발효 과정이 매우 느려지거나 멈출 수 있습니다.

7일간의 스타터 배양 일지

용어 정리: ‘먹이 주기(Feeding)’란, 기존 스타터의 일부를 덜어내고(Discard) 새로운 밀가루와 물을 공급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1일차: 모든 것의 시작

  • 작업: 유리병에 통밀가루 50g과 물 50g을 넣고 덩어리 없이 깨끗하게 섞어줍니다.
  • 관찰: 반죽은 뻑뻑한 퓨레 같습니다. 냄새는 그저 밀가루 냄새입니다.
  • 조치: 뚜껑을 살짝 얹어 실온(따뜻한 곳)에 24시간 둡니다.

2일차: 첫 번째 먹이 주기

  • 작업: 24시간이 지났습니다. 병을 열어봅니다.
  • 관찰: 어제와 큰 차이가 없거나, 작은 거품이 한두 개 보일 수 있습니다. 냄새도 여전히 밀가루 냄새이거나 약간 시큼한 향이 날 수 있습니다.
  • 조치: 기존 반죽의 절반 이상을 과감히 버립니다. (약 50g만 남깁니다). 남은 50g의 스타터에 통밀가루 50g과 물 50g을 추가로 넣고 잘 섞어줍니다. 다시 실온에 24시간 둡니다.
  • (팁: 왜 버릴까? 병 속의 한정된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미생물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먹이를 공급하고, 늙은 미생물과 산성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3일차: ‘가짜’ 활동과 이상한 냄새

  • 작업: 병을 확인합니다.
  • 관찰: 많은 경우, 반죽이 어제보다 부풀어 오르고 거품이 활발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큼함을 넘어 쉰내, 혹은 퀘퀘한 치즈 냄새 등)
  • 진단: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효모’의 활동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류코노스톡(Leuconostoc)’ 등 원치 않는 박테리아가 효모보다 먼저 활성화되어 가스를 만드는 ‘가짜 활동’입니다.
  • 조치: 정상적인 과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2일차와 똑같이, 절반 이상을 버리고 남은 스타터에 통밀가루 50g, 물 50g을 주어 먹이를 줍니다. 다시 24시간 둡니다.

4일차: ‘죽음의 계곡’ (가장 중요한 날)

  • 작업: 병을 확인합니다.
  • 관찰: 어제 활발했던 거품이 모두 사라지고, 부피도 줄어들며, 아무런 활동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거나 여전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 진단: 대부분의 초보자가 이 단계에서 “스타터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합니다. 이것은 ‘가짜 활동’을 하던 박테리아가 자신이 만든 산(Acid)에 의해 죽어가고, 환경이 산성으로 변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효모’와 ‘유산균’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과도기’입니다.
  • 조치: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3일차와 똑같이, 절반 이상을 버리고 먹이를 줍니다. (이때부터는 통밀가루 대신 강력분/중력분 50g + 물 50g을 줘도 됩니다.)

5일차: ‘진짜’ 효모의 등장

  • 작업: 병을 확인합니다.
  • 관찰: 드디어 ‘진짜’ 활동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전과는 다른 촘촘하고 꾸준한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반죽이 서서히 부풀어 오릅니다.
  • 냄새: 가장 큰 변화는 냄새입니다. 불쾌한 냄새가 사라지고, 상큼한 과일 향(사과, 배)이나 은은한 막걸리 냄새, 즉 ‘발효’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 조치: 이제부터 스타터가 힘을 얻습니다. 똑같이 절반 이상을 버리고 먹이를 줍니다. (강력분 50g + 물 50g)

6일차: 예측 가능한 성장

  • 작업: 병을 확인합니다.
  • 관찰: 이제 먹이를 준 후, 몇 시간 뒤에 부피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예: 1.5배~2배) 예측 가능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냄새는 더욱 기분 좋은 산미와 효모 향이 납니다.
  • 조치: 똑같이 버리고 먹이를 줍니다. 만약 스타터의 힘이 아주 좋아서 12시간 만에 부피가 2배로 부풀었다가 꺼진다면, 하루에 두 번(12시간 간격) 먹이를 주기 시작합니다.

7일차: 활발한 스타터의 완성

  • 작업: 병을 확인합니다.
  • 관찰: 먹이를 준 후 4~8시간 이내에 부피가 2배, 혹은 3배까지도 부풀어 오르며, 내부가 성근 거미줄 구조로 가득 찹니다. 냄새는 상큼하고 복합적인 산미를 풍깁니다.
  • 진단: 축하합니다. 빵을 만들 수 있는 ‘활발한 스타터’가 완성되었습니다.
  • (팁: 물에 스타터를 한 스푼 떠서 넣었을 때 가라앉지 않고 뜨면(Float Test), 빵을 만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스타터 관리 노하우 및 문제 해결(Q&A)

  • Q. 스타터 위에 검은 물(Hooch)이 생겼어요.
    • A. ‘후치(Hooch)’라고 불리는 알코올입니다. 스타터가 “배고프다”는 신호입니다. 먹이(밀가루)가 부족해 발효가 과하게 진행된 것입니다. 냄새가 심하지 않으면 그냥 섞어서 먹이를 주거나, 윗물만 따라버리고 먹이를 줘도 됩니다.
  • Q. 냄새가 아세톤이나 매니큐어 리무버 냄새가 나요.
    • A. 역시 “매우 배고프다”는 신호입니다. 먹이를 주는 주기를 짧게 하거나, 버리는 양을 늘리고 먹이의 양을 더 늘려주세요. (예: 스타터 25g + 밀가루 50g + 물 50g)
  • Q. 곰팡이가 피었어요 (분홍색, 주황색, 검은색 점)
    • A. 즉시 버려야 합니다. 이는 유익균이 아닌 유해 곰팡이입니다. 병을 깨끗이 소독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 Q. 날씨가 추워서 아무 반응이 없어요.
    • A. 온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24~28°C가 이상적입니다. 오븐의 전구를 켜고 그 안에 두거나(오븐 작동 금지), 전자레인지 안에 따뜻한 물 한 컵과 함께 넣어두는 등,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주어야 합니다.

사워도우 스타터를 만드는 것은 7일간의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미생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밥을 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은 마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 7일의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여러분은 밀가루와 물, 그리고 시간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