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 물에 씻으면 세균 폭탄 맞습니다 (캠필로박터균의 공포)

삼계탕이나 닭볶음탕을 준비할 때, 포장을 뜯은 생닭을 흐르는 물에 뽀득뽀득 씻는 것은 주방의 아주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핏물도 빼고, 겉에 묻은 미끈거리는 액체나 불순물을 씻어내야 ‘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품 위생 전문가들은 이 행동을 “주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라고 경고합니다.

여러분이 닭을 씻는 그 1~2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들이 물방울을 타고 싱크대, 식기 건조대, 그리고 옆에 놓인 샐러드용 채소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름철 식중독의 주범인 ‘캠필로박터균’의 위험성과, 생닭을 절대 씻으면 안 되는 과학적 이유, 그리고 올바른 손질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1. 흐르는 물의 배신: 반경 1미터의 오염

미국 농무부(USDA)와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생닭을 물에 씻지 말라”는 캠페인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물 튀김(Splashing)’ 현상 때문입니다.

우리가 싱크대에서 물을 틀어놓고 닭을 씻을 때, 우리 눈에는 물이 아래로만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 보면 미세한 물방울(에어로졸)이 사방으로 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비산 거리: 물방울은 닭 표면에 부딪혀 반경 50cm에서 최대 1m까지 튀어 나갑니다.
  • 교차 오염: 이 물방울에는 닭 껍질에 붙어있던 식중독균이 잔뜩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하필이면 옆에 씻어둔 상추, 컵, 수저, 그리고 요리하는 사람의 옷과 팔에 내려앉습니다.

즉, 닭은 깨끗해질지 몰라도, 주방 전체가 세균 샤워를 하는 셈입니다.


2. 적군 식별: 캠필로박터균 (Campylobacter)

생닭에는 살모넬라균뿐만 아니라, 특히 ‘캠필로박터균’이 많이 서식합니다. 이 균은 소량(500개 정도)만 몸에 들어와도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독성이 강합니다.

  • 증상: 섭취 후 2~5일 뒤에 복통, 발열, 설사, 구토를 유발합니다.
  • 위험성: 심할 경우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캠필로박터균이 열에는 약하지만, 물에는 강하다는 점입니다. 씻는 과정에서 죽지 않고 물방울을 타고 이동하여, 익혀 먹지 않는 채소(겉절이, 샐러드)에 묻었을 때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이 됩니다.


3. “그럼 핏물과 불순물은 어떡해요?” (올바른 손질법)

“안 씻으면 찜찜해서 어떻게 먹어?”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닭에 있는 세균은 75도 이상의 열로 가열하면 모두 사멸합니다. 씻어서 없애는 게 아니라, ‘익혀서’ 없애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생과 맛을 모두 잡는 올바른 손질법은 무엇일까요?

(1) 씻지 말고 ‘닦으세요’ (키친타월)

닭 표면의 미끈거리는 점액질이나 핏물이 정 찜찜하다면, 물로 씻지 말고 키친타월로 꾹꾹 눌러 닦아내세요. 수분을 제거하면 닭의 잡내도 줄어들고, 껍질도 더 바삭하게 구워집니다. 사용한 키친타월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됩니다.

(2) 끓는 물에 데치세요 (Blanching)

삼계탕이나 국물 요리라서 핏물을 꼭 빼야 한다면, 차가운 수돗물이 아니라 ‘끓는 물’을 사용하세요. 닭을 끓는 물에 1~2분간 살짝 데쳐내면 핏물과 불순물이 응고되어 빠져나오고, 표면의 세균도 열소독 됩니다. 그 후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 요리하면 가장 깔끔하고 안전합니다.

(3) 채소 손질이 먼저

요리 순서만 바꿔도 안전합니다. 샐러드나 채소류를 먼저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거나 식탁으로 옮겨두세요. 생닭은 가장 마지막에 꺼내야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4. 만약 이미 씻었다면?

습관적으로 닭을 싱크대에서 씻으셨나요? 그렇다면 닭을 냄비에 넣은 뒤, 반드시 뒤처리를 해야 합니다.

  1. 싱크대 소독: 세제나 락스 희석액을 이용해 싱크대 바닥과 벽면, 수도꼭지를 꼼꼼하게 닦아주세요. 뜨거운 물을 한 번 부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2. 손 씻기: 생닭을 만진 손으로 냉장고 문이나 양념 통을 만지지 마세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합니다.

요약

  1. 위험: 생닭을 씻는 물은 세균을 사방으로 튀게 하는 ‘오염원’이다.
  2. 해결: 물로 씻지 말고 키친타월로 닦거나, 끓는 물에 데쳐라.
  3. 안심: 닭 표면의 균은 씻어서 없애는 게 아니라, 가열해서 죽이는 것이다.

오늘 저녁 치킨이나 닭볶음탕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제발 그 닭을 물가에 내놓지 마세요. 닭은 불 위에서만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