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베이킹으로 갓 구운 식빵이나 모닝빵에 도전해 본 사람이라면, 레시피를 보고 한숨을 내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반죽하는 것도 힘든데, 1시간 동안 기다리는 ‘1차 발효’, 다시 가스를 빼고 모양을 잡아 또 기다리는 ‘2차 발효’까지. 빵 하나를 만드는 데 반나절이 훌쩍 지나갑니다.
성격 급한 베이커들은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그냥 한 번에 쭉 발효시켜서 구우면 안 될까? 왜 굳이 번거롭게 발효를 두 번이나 나눠서 해야 하지?”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의 발효는 단순히 빵을 부풀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이는 빵의 ‘맛’과 ‘식감’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과학적 단계입니다.
한 번의 긴 발효만 거친 빵은 두 번 발효한 빵의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속결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지루한 기다림이 왜 맛있는 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인지, 그 발효의 과학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발효(Fermentation)란 무엇인가?
발효는 빵 반죽 속에 살아있는 미생물인 ‘효모(Yeast)’가 활동하는 시간입니다. 효모는 밀가루 속의 당(Sugar)을 먹고 두 가지 중요한 부산물을 만들어냅니다.
- 이산화탄소 가스(CO2): 반죽을 풍선처럼 부풀립니다. (빵의 부피)
- 알코올 및 유기산: 빵 특유의 향과 복합적인 풍미를 만듭니다. (빵의 맛)
1차 발효: 빵의 ‘기초 체력’과 ‘풍미’를 만드는 시간
반죽을 완성한 직후부터 시작되는 첫 번째 긴 기다림(보통 1시간 내외)입니다.
- 목적 1: 글루텐 강화 (뼈대 완성)
- 반죽 과정에서 형성된 ‘글루텐'(5번 글 참고)은 아직 불안정합니다. 1차 발효 시간 동안 글루텐 그물망은 천천히 늘어나고 재정렬되며, 가스를 포집할 수 있는 탄탄한 ‘풍선’으로 발전합니다.
- 목적 2: 풍미의 축적
- 효모는 이 시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며 알코올과 다양한 유기산을 만들어 반죽 내부에 축적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빵이 구워졌을 때 나는 구수한 향과 깊은 감칠맛의 원천이 됩니다.
중간 단계: 가스 빼기(Punching)와 벤치 타임
1차 발효가 끝나면 반죽을 눌러 부풀어 오른 가스를 의도적으로 빼줍니다. 왜 애써 만든 가스를 빼버릴까요?
- 새로운 산소 공급: 효모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묵은 가스(이산화탄소)를 빼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효모가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힘을 줍니다.
- 온도 균일화: 반죽의 겉과 속의 온도를 고르게 맞춰 발효가 균일하게 일어나도록 합니다.
- 글루텐 정리: 늘어난 글루텐을 다시 조여주어 반죽에 힘을 생기게 합니다.
이후 반죽을 둥글려서 잠시 쉬게 하는 ‘벤치 타임(중간 발효)’은, 긴장된 글루텐을 잠시 이완시켜 다음 단계인 ‘성형(모양 만들기)’을 쉽게 하기 위함입니다.
2차 발효: 빵의 ‘최종 부피’와 ‘식감’을 완성하는 시간
원하는 모양(식빵, 단팥빵 등)으로 성형한 뒤, 오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마지막으로 부풀리는 과정(보통 40분~1시간)입니다.
- 목적 1: 최종 부피 완성
- 성형 과정에서 가스가 빠져 납작해진 반죽을 다시 부풀려, 우리가 원하는 빵의 최종 크기(약 80%)까지 키웁니다.
- 목적 2: 부드러운 식감 형성 (핵심)
- 2차 발효는 1차 발효보다 더 섬세한 과정입니다. 이때 만들어진 미세한 가스 기포들이 빵의 속결(Crumb)을 결정합니다. 2차 발효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촘촘하고 부드러운, 닭가슴살처럼 찢어지는 식빵의 속결이 완성됩니다.
- (만약 2차 발효가 부족하면?): 빵이 작고 무겁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다 맙니다.
- (만약 2차 발효가 과하면?): 글루텐이 힘을 잃어 빵이 주저앉거나, 시큼한 술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요약: 한 번의 발효로는 안 되는 이유
만약 1차 발효만 하고 바로 굽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풍미 부족: 효모가 충분히 맛을 만들어낼 시간이 부족해 빵 맛이 밍밍합니다.
- 식감 저하: 글루텐이 충분히 정리되고 발달하지 못해, 빵의 기공이 거칠고 불규칙하며 식감이 푸석하거나 질겨집니다.
결국, 두 번의 발효는 효모에게 충분히 일할 시간을 주어 최상의 ‘풍미’를 얻어내고, 글루텐을 다듬고 안정화시켜 최고의 ‘식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빵은 더 맛있어집니다. 발효는 베이커가 할 수 없는, 오직 시간과 효모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