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라고 다 같지 않다? 분질 감자 vs 점질 감자, 용도별 완벽 구분법

마트 채소 코너에 쌓여있는 감자를 볼 때, 우리는 그저 흠집이 없고 알이 굵은 것을 고르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정성껏 감자국을 끓였는데 감자가 흔적도 없이 부서져 국물이 걸쭉해지거나, 바삭한 감자튀김을 기대했는데 눅눅하고 축 처져버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요리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용도에 맞지 않는 감자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감자는 품종에 따라 전분의 함량과 수분의 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서양에서는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판매하지만, 한국에서는 두루뭉술하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직접 구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요리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감자의 두 가지 성질, 분질 감자와 점질 감자의 차이와 구별법, 그리고 각각에 맞는 요리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감자를 나누는 기준: 전분 vs 수분

감자의 식감을 결정하는 것은 전분(Starch)입니다. 전분이 얼마나 들어있느냐에 따라 열을 가했을 때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분질 감자 (Starchy Potato): 가루 분(粉) 자를 씁니다. 전분 함량이 높고 수분이 적습니다. 점질 감자 (Waxy Potato): 찰 점(粘) 자를 씁니다. 전분 함량이 낮고 수분이 많습니다.

이 두 가지 특성만 이해해도 실패 없는 감자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1. 분질 감자 (Starchy): 포슬포슬함의 대명사

흔히 찐 감자를 먹을 때 껍질이 터지면서 하얀 분이 일어나고, 입안에서 포슬포슬하게 부서지는 감자가 바로 분질 감자입니다. 한국의 두백 감자나 남작 감자가 여기에 속합니다.

특징 전분 입자가 많아 열을 받으면 쉽게 팽창하고 세포벽이 터집니다. 그래서 조리 후 식감이 건조하고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추천 요리 튀김 (감자튀김, 웨지감자): 전분이 많고 수분이 적어야 튀겼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파삭한 식감이 나옵니다. 으깨는 요리 (매쉬드 포테이토, 옹심이): 잘 부서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으깨집니다. 구이 (통감자 구이): 오븐에 구웠을 때 속이 폭신폭신하게 익습니다.

피해야 할 요리 국, 찌개, 찜: 끓이는 도중에 감자 형체가 무너져 국물을 탁하게 만듭니다. 샐러드: 마요네즈와 섞으면 떡처럼 뭉개져 버립니다.

2. 점질 감자 (Waxy): 쫀득하고 단단한 식감

표면이 매끄럽고, 쪘을 때 분이 나지 않으며, 칼로 잘랐을 때 단면이 끈적하고 수분이 많은 감자입니다. 한국의 서홍 감자나 추백 감자가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수미 감자는 이 둘의 중간 성질인 중질 감자에 속하지만, 점질에 조금 더 가깝게 사용되곤 합니다.)

특징 단백질 막이 전분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어 열을 가しても 세포가 잘 파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익힌 후에도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며, 식감은 쫀득쫀득(Waxy)하고 촉촉합니다.

추천 요리 국, 찌개 (된장찌개, 감자국, 카레): 오래 끓여도 모서리가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살아있습니다. 볶음, 조림 (감자채 볶음, 알감자조림): 팬에서 볶아도 부서지지 않고 쫀득한 식감을 줍니다. 샐러드: 삶은 뒤 깍둑썰기해서 버무려도 모양이 유지됩니다.

피해야 할 요리 으깨는 요리: 점성이 강해 으깨면 풀처럼 끈적거리고 떡진 식감이 되어버립니다. 튀김: 수분이 많아 튀겨도 바삭하지 않고 금방 눅눅해집니다.

3. 집에서 구별하는 과학적 방법: 소금물 테스트

마트에서 품종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집에서 간단한 실험으로 감자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준비물: 물 1컵(약 200ml), 소금 2큰술(약 20~30g)

방법: 소금을 물에 완전히 녹인 뒤 씻은 감자를 넣습니다. 분질 감자: 가라앉습니다. (전분 밀도가 높아 무겁습니다.) 점질 감자: 물에 뜨거나 중간에 머뭅니다. (수분이 많아 밀도가 낮습니다.)

요약: 요리에 맞는 감자 선택법

감자 요리에 실패했다면 레시피 탓이 아니라 감자 탓일 확률이 높습니다.

바삭한 튀김이나 부드러운 매쉬드 포테이토를 원한다면 두백 같은 분질 감자를 선택하세요. 깔끔한 국물이나 모양이 살아있는 볶음을 원한다면 수미나 서홍 같은 점질 감자를 선택하세요.

감자의 성질을 알고 적재적소에 쓰는 것, 이것이 감자 요리의 고수가 되는 첫걸음입니다.